반다 네이라(Banda Neira)는 말루쿠 제도의 세람 섬 남부에서 약 160km 거리에 위치한 반다 군도(kepulauan Banda)의 10개 화산섬 중 하나다. 면적은 3km²이니 제주도 우도(6.18km²)의 약 절반 정도다.(제주도에 살다보니 면적 등을 비교할 땐 제주도 섬들의 면적에 비춰보면 어느 정도인지 금방 알 수 있어 좋다~~ ㅎㅎ)
반다 네이라의 인구는 약 7,000명이다. 육두구 등 이곳에서 자생하는 향신료가 16세기부터 유럽으로 널리 퍼져 그 명성이 자자했다. 16세기 포트투갈인인 프란체스코 세라노(Francesco Serrano)가 섬을 발견하면서 이후 2세기에 걸쳐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등 유럽의 강대국들의 육두고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육두구 가격이 금값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한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에는 향신료 무역의 중심지이면서 술라웨시 지역을 통치하기 위해 네덜란드 행정의 중심지로도 역할했다고.
그래서 이곳에는 육두구 등 다양한 향신료와 더불어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의 옛 건물들이 여전히 남아 역사를 말해준다. 구글 지도로 보니 공항도 섬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반다 이야기를 전할 스토리텔러는 샤자 파이자(Shaza Faiza)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2j5U4WjZZHM
#1 밤부 길라 (Bambu Gila), 대나무를 이용하는 전통 경기
'밤부길라'(Bambugila, 글자 그대로 ‘미친 대나무’)는 7명의 젊은 남성이 길이 약 2.5m, 직경 약 8cm의 원통형 대나무 막대기를 꽉 잡고 추는 전통 경기로, 춤과 비슷하다.
대나무 속은 소위 ‘조상들의 영혼’으로 채워지는데, 주술사는 대나무에 몇 개의 주문을 외운 후 자신이 원하는 방향 어디로도 움직일 수 있는데, 7명의 건장한 남성이 대나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꽉 잡는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전통 악기인 티파(tifa)가 함께 하며, 지금은 말루쿠의 중북부 지역에서 특별한 행사나 축제일에 공연한다.
밤부 길라는 아주 오래 전부터 즐겨온 전통 놀이로,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흰색 머리띠를 두른다.
흰 색은 이슬람을 상징한다.
반다 네이라는 한때 유럽인들의 향신료 각축장이었지만, 유럽인들이 들어오기 전에 이슬람 상인들, 특히 아랍인들이 먼저 들어온 곳이다. 육두구와 같은 향신료를 찾는 게 목적이었다.
경기를 이끄는 사람은 원로인데, 우선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도를 드린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면, 대나무 통도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이미 여러 명이 함께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나무를 움직이는 게 녹록치 않다.
대나무를 잡고 있는 우리 모두가 대나무 통 속으로 모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2 레웨타카 축제 (Festival Lewetaka)
'레웨타카 축제(Festival Lewetaka)’는 축제는 1년에 한 번 열리는데, 수확이 끝나고 난 후 며칠간 계속된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전통 가옥에 모여 축제 준비를 시작한다.
남자들이 탐파 시리(Tampa sirih)를 만들면, 여자들이 탐파 시리의 속을 채우게 된다.
(시리는 빈랑나무 잎을 말함)
탐파 시리(Tampa sirih)의 속은 꽃, 감비르(물푸레나무과 식물), 담배 등 다양한 것들로 채우는데, 그냥 넣는 게 아니라 정해진 순서에 맞게 넣어야 한다.
속을 가득 채운 탐파 시리(Tampa sirih)가 완성되면 축제 준비가 모두 끝난다.
다음날인 축제일에는 새벽부터 움직이는데, 남자들이 전날 준비해둔 탐파 시리를 들고 의식을 치르러 간다.
의식을 치르는 곳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지만 모두 걸어서 이동한다.
제단에 도착하면 원로들이 먼저 기도를 올리고, 쿠란을 성스럽게 읊조린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새로운 계절을 맞아 풍성한 수확과 풍요로움을 기원한다.
그리고 나서 탐파 시리를 곳곳에 흩뿌린다. 이렇게 하는 데까지 두어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약 두어 시간 정도에 걸쳐 모든 탐파 시리가 이곳에 뿌려진다.
마지막 순서는 탐파 시리를 운반해온 주민들이 우물에 모여 물의 원천을 찾는 행위다.
이 우물은 평상시에는 사용하지 않고, 특별한 의식을 할 때만 사용한다.
그 특별한 의식 중 하나가 이곳 반다 네이라(Banda Neira) 주민들의 전통 배인 ‘코라코라(Kora-kora)’를 씻는 일이다.
이 의식에는 사람들간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반다 지역의 관습과 전통이 함께 들어가 있다.
오래 전, 반다 주민들에게 코라코라는 사람과 똑같은 대접을 받았다. 코라코라가 만들어지면 갓 태어난 아기처럼 목욕을 시켰던 관습이 있는데, 우물에서 가져온 물로 이 배(코라코라)를 씻기는 것이다.
이 의식은 매우 신성한 것으로, 다른 어떤 것과도 섞여서는 안 된다.
배의 곳곳을 깨끗이 씻고 난 뒤에는 각종 장식을 시작한다.
그러면 코라코라가 항해 준비를 마친 것이다.
목욕을 마친 코라코라는 아닷 마을의 집 근처 항구로 옮겨지는데, 코라코라 1척에는 34명이 탑승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배의 선장을 맡는 등 배에 오른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역할이 주어진다.
이맘(이슬람 종교의 지도자)과 원로들은 종교와 관습의 상징이며, 노를 젓는 동안에는 감사의 노래를 계속 부른다.
1시간이 조금 못 걸려 코라코라가 목적지에 도착한다.
자부심 가득한 전통 축제의 일부가 된 데 대해 모두들 매우 기쁘고 흥분된 상태다.
#3 차카렐레 춤 (Tari Cakalele)
이처럼 흥겨운 분위기는 해변가로 코라코라를 마중나온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느낄 수 있다.
차카렐레 춤을 추는 이들은 그들과 하나가 되기를 기대하며 해안가로 향한다.
춤을 추는 사람들의 의상은 노란색과 빨간색이 주를 이루며, 머리에 쓴 두건은 반다 사람들의 영웅적 행동, 용기, 애국심을 상징한다.
춤을 추기 전,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깨끗하게 정화해야 한다.
주변에서 함께하는 관광객들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4 반다 화산(Gunung Api Banda)
반다 군도에는 풍부한 문화뿐 아니라 많은 매력도 함께 한다.
반다 화산은 활화산으로, 지금까지 최소 20번 정도 분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화면의 이곳은 반다 화산이 가장 큰 규모로 마지막에 분출할 때 흘러나온 용암의 흔적이다.
이전의 화산폭발과 달리 1988년 반다 화산 폭발 때는 분출된 용암이 곧바로 마르면서 정상에서 바다까지 흘러갔다.
이 용암 흔적의 주변에는 식물들도 자란다.
수심 28m에 달하는 바다 속에도 용암의 흔적이 있다.
놓치지 아까운 산호초들, 그리고 화려한 열대어의 향연이 기다린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깊이는 2미터.
바다로 흘러간 용암이 어떤 모습으로 해양 생물의 서식지로 변했는지 알 수 있다.
전세계 다이버들의 파라다이스라고 할 만하다.
#5 '육두구', 16세기 금값보다 더 귀한 향신료
‘반다(Banda)’라는 이름은 유럽에까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자생하는 귀한 몸값의 향신료 육두구 덕분이다.
반다 군도의 거의 모든 섬에는 육두구 나무가 자생하는데, 이 육두구로 인해 반다라는 이름이 6세기부터 유럽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4세기 독일에서는 육두구 나무 한 그루가 튼실한 황소 7마리 가격에 달하기도 했다.
#6 붕 하타 유배 가옥 (Rumah Pengasingan Bung Hatta)
반다는 곳곳에 역사의 흔적도 남아있다.
건물도 예외가 아니어서 오래된 몇몇 건물들에는 대체 불가능한 역사가 숨겨져 있다.
인도네시아 최초로 부통령이 된 무하마드 하타(Muhammad Hatta)는 1936년부터 1942년까지 네덜란드에 의해 반다로 유배를 당했는데, 그가 머물렀던 이 가옥은 이제 반다 네이라 역사의 일부다.
3개의 섹션으로 나눠진 이 유배 가옥에서 붕 하타(Bung Hatta)가 얼마나 검소하게 지냈는지를 고스란히 알 수 있다.
소박한 그의 작업실에서는 로맨틱한 이야기도 찾을 수 있는데..
붕 하타(Bung Hatta)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그리스의 정신세계(alam pikiran Yunani)’라는 책을 집필한 곳이 이곳이다.
#7 벨기카 요새 (Benteng Belgica)
반다의 역사도 네덜란드를 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반다에는 식민지 시절의 오래된 건물들도 적지 않지만 견고한 요새도 남아 있다.
벨기카 요새(Benteng Belgica)는 원래 포르투갈인들이 축조한 성인데, 나중에 네덜란드에 의해 점령당한 곳이다.
모양은 5각형으로 높이는 5미터에 달한다.
쉽지 않은 전쟁의 역사가 숨쉬고 있지만 벨기카 오새는 또다른 역사의 흔적이다.
반다의 모든 것을 한 번의 이야기에 다 담을 수는 없다.
한 번의 만남으로 누군가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첫 만남을 통해 호기심은 느낄 수 있으니, 언제든 반다를 방문한다면 반다는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다.
반다라는 곳은 또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말루쿠 제도의 세람 섬에서 가까우니 짧은 일정으로 섬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축제 같은 게 없을 때는 좀 심심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짧은 일정이라면 섬의 모든 걸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반다 군도 내 주요 명소 위치
인도네시아 내 반다 네이라 섬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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