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바구스(Indonesia Bagus)/누사 뜽가라(Nusa Tenggara)

[순다군도] 마우메레(Maumere), 거대한 성모상이 눈길을 끄는 곳

제주_라라 2023. 1. 23. 12:11

Kisah Kebanggaan dari Maumere, NTT

(마우메레의 자부심)

 

누사뜽가라 티무르주의 한 도시인 마우메레(Maumere)는 인구 85,000여명의 작은 도시로, 플로레스 섬 북부 연안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1992년에는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전체 건물의 90%가 파괴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한때 근처 바다가 최고의 다이빙 성지로 꼽히기도 했었지만, 폭탄 어업, 독성물질 사용 등으로 인해 75%의 산호초가 크게 손상되거나 파괴되었다는 보고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영상은 인도네시아 바구스(Indonesia Bagus) 방송이 시작되던 해인 7년 전 업로드된 것으로, 초기에는 마을의 주민이 주인공이 돼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방식이었다.

오늘 스토리의 주인공은 마우메레 시에서 약 40km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인 낭아할레 마을(desa Nangahale) 어부 아다훙(Addahung)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gtohwlPv8g 


# 도심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마리아상 (Patung Maria Bunda Segala Bangsa)

마우메레 남서쪽 5km 부근의 언덕에는 거대한 성모상이 하나 세워져 있다.

성모상의 명칭은 '모든 자연의 어머니(Bunda Segala bangsa)'로, 높이 18m, 받침대와 기반 구조물까지 합하면 약 28m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마우메레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 성모상을 보러 이곳을 들르는데, 성모상을 보려는 목적도 있지만 성모상이 자리한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우메레 풍경이 멋지다.

마우메레는 카톨릭 신자가 많은 도시지만 무슬림 신자들도 적지 않다.

서로를 인정하면서 평화롭게 함께 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참고로 바조 족은 대부분 무슬림이라 한다.

바조 족(suku Bajo)이 원래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서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설이 있지만, 인도네시아의 칼리만탄 동부와 남부, 술라웨시 중부와 남부, 고론탈로, 누사 뜽가라 서부와 동부, 기타 인도네시아 동부 지역 등에 넓게 퍼져 살고 있다 한다.

바조 족은 바다를 기반으로 살아온 사람들이라, 산소통 등 별도의 장비 없이도 수심 60m 깊이에서 13분 정도까지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제주의 해녀는 10~20m 물 속에서 2분 정도까지 숨을 참고 물질 작업을 한다.

 

# 낭아할레 마을 (Desa Nangahale) 

낭아할레 마을은 무슬림이 많은 곳으로, 약 400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이 바조 족(suku Bajo)이다.

스토리의 주인공인 아다훙(Addahung)은 어부로, 딱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배를 타고 나가 물고기를 잡는다. 

이날은 라마단 금식월의 마지막 날로 모든 어업행위 자체가 신성한 일(ibadah)이라 모든 정성을 다해 작업을 진행한다.

남자들이 바다에서 일을 하는 사이, 여성들은 금식월의 마지막날 먹을 음식을 만든다.

낭아할레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은 부부르-캄보세(bubur-kambose)로, 옥수수를 주재료로 만드는 죽 같은 음식이다.

이곳에서는 특히 일반 옥수수보다 약간 더 흰색을 띄는 찰옥수수를 주재료로 사용하며, 옥수수 알을 모두 발라내 녹색 콩과 함께 요리하는데, 이때 야자즙(santan)을 살짝 넣어준다.

음식이 완성되면 이슬람 사원으로 들고 가, 모두가 함께 금식 해제 시간을 즐긴다. 

금식월은 1년에 딱 한 번밖에 없기 때문에 금식의 마지막날을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다.

스토리의 주인공 아다홍은 원래 바비 섬(pulau Babi)에 살던 주민인데 1992년의 쓰나미로 마을이 모두 파괴돼 낭아할레 마을로 이주했다.

다행스럽게도 어업을 하는데 지장이 전혀 없을 정도로 해산물이 풍부하고, 생활도 평온하다.

1992년 지진과 쓰나미로 마을이 모두 파괴된 바비 섬(pulau Babi)

 

# 낭아할레 마을 (Desa Nangahale)의 소금 만들기

해변가에 자리한 이 공간은 집이 아니라 소금을 만드는 곳으로, 대부분의 마을 여성들이 이곳에서 일을 한다.

나이 드신 분들이 많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몸이 아프다'며 소금 만드는 일을 계속한다.

이곳에서 만드는 소금에는 야자즙(santan)을 살짝 넣는데, 그렇게 하면 소금의 색이 더 하얗게 되기도 하고, 맛도 심하게 짜지 않게 된다. 이곳만의 비법이다,

소금 한 번을 만드는 데는 4시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다.

 

# 낭아할레 마을 (Desa Nangahale)의 낙지 잡이

낭아할레 마을 어부들은 물고기잡이뿐 아니라 낙지도 잡는다.

이날은 다른 어부들과 함께 낙지를 잡으러 나갔는데, 낙지를 잡을 때는 물고기를 잡을 때와는 다른 도구를 이용한다.

낙지와 비슷하게 생긴 도구를 던져 낙지가 친구라고 생각하게끔 유인하는 것이다.

 

도구를 바다 밑으로 던져놓은 후 물안경을 쓰고 바다 밑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낙지는 산호와 색이 비슷해 잘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배가 뒤집어지지 않도록 균형도 잘 잡아야 한다.

낭아할레 어부들의 낙지잡이 모습

예전과 달리 지금은 이렇게 환경 친화적인 도구를 사용하는데, 이는 우리가 사는 바다, 그리고 자연을 지키려는 마을 사람들의 노력이다.

 

# 탈리부라 시장 (Pasar Talibura)

낭아할레 마을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시장이다.

이곳의 시장은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라, 활기가 있고, 공동체가 함께 생활하는 즐거운 공간이다.

낭아할레 마을에서 시장까지는 대중교통으로 10분 정도 소요된다.

매주 토요일 장날이 되면 해변가 마을부터 산기슭 마을까지 모든 사람들이 시장으로 나온다.

인근 섬인 코자 섬(pulau Koja), 파루마한 섬(pulau Parumahan), 픙아바당 섬(pulau Pengabatang), 담빌라 섬(pulau Dambila), 흰모래 섬(pulau Pasir putih), 마라가종 섬(pulau Maragajong)의 사람들도 모두 이 시장으로 모인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다홍의 마을에서 만든 소금도 시장에서 팔리는데, 크고 작은 다양한 사이즈의 용기에 담아 판매한다.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이 시장의 독특한 풍습은 바로 물물교환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서로 갖고 온 물건들을 다른 물건과 교환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서로가 제시한 가격에 동의하느냐다 여부다.

물물교환과 관련해 별도로 정해진 규칙 같은 건 없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간의 적정한 합의만 있을 뿐이다.

아다홍이 시장에 들고 간 물건은 어제 잡은 물고기.

만약 내 물고기가 10000루피아라면, 내가 사고 싶은 바나나도 같은 가격이면 된다.

서로 도우면서 함께 사는 게 사람이다.

종교도, 종족도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

 

# 우링 마을 (Kampung Wuring)

또다른 바조 족의 마을인 우링마을(kampung Wuring).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무슬림이고, 수상가옥에서 살고 있다.

1992년 쓰나미 당시 마을이 모두 쓸려가 파괴됐지만, 이곳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지 않고 마을을 재건했다.

자신이 살아온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들이다.

이곳은 우링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 완공한 이슬람 사원으로, 다른 수상가옥들처럼 물 위에 지은 것이다.

모든 비용부터 실제 건축 작업까지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합심해서 지은 사원이다.


인도네시아 바구스 동영상은 개인적으론 이렇게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의 입을 통해 현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다뤄졌던 초기의 스토리가 더 마음이 간다.

물물교환 시장 '탈리부라 시장(Pasar Talibura)은 인도네시아를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한번쯤 방문해보고 싶다.

 

마우메레 주변 마을 및 시장 위치.

인도네시아 내 마우메레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