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기니섬 서쪽에 자리한 파푸아바랏(Papua Barat)은 19세기까지 부족사회로, 항구 지역에서는 이근 말루쿠 제도, 술라웨시섬 등과 교역을 했던 곳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타락 마을(kampung Tarak)은 파푸아바랏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Fakfak까지도 배로 3시간을 가야 할 정도로 먼 작은 섬마을이다.
딱히 관광명소라 할 곳은 없고, 해안가에 모여 사는 마을 이야기라 여행 버킷리스트보다는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늘 이야기를 전하는 이는 이스마엘 아마레이(Ismail Amarey).
https://www.youtube.com/watch?v=7cHxh-9iqvM
#1 무슬림 목욕 축제 'Mandi Safar'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우두(이슬람의 목욕재계)다.
(우두는 무슬림들의 전통적인 의식으로 좋은 건강상태와 청결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치르는 의식이다.)
물을 준비해 입을 헹구고, 얼굴, 손, 귀, 그리고 발까지 씻는다.
타락 마을 사람들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우리 마을 타락(kampung Tarak)은 파푸아 서부의 작은 섬에 위치한 마을이다.
아주 작은 섬이지만, 누구나 한번쯤 와본다면 매혹되고 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날은 매년 한 번씩 열리는 무슬림 목욕 축제인 ‘만디 사파르(Mandi Safar)’ 날이다.
마을 어른들에 따르면 이 행사는 아주 오래전 조상 때부터 대대로 이어져온 것으로, 스스로의 몸을 씻고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는 행사다.
Mandi Safar (무슬림 목욕 축제) Mandi Safar는 말레이시아 특유의 무슬림 목욕 축제로 사파르 달(Safar는 이슬람력에서 두 번째 달의 명칭)에 행해진다. 무함마드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목욕을 할 수 있었던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밝은 색깔 옷을 입은 이슬람교도들은 물로 몸과 영혼을 종교적으로 정화하기 위해 해변을 찾는다. 코란(이슬람교의 성서)에 이 의식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어 정통 이슬람교도들은 이 의식을 피크닉 정도로 간주하기도 한다. |
축제일에는 바다에 풍덩 빠져 목욕도 즐기지만 맛난 먹거리도 빠질 수 없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함께 참여해 먹고 즐기는 그런 날이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척, 동네 어르신, 어린 아이들까지도 모두 이 자리에 함께 있어야 한다.
먹고 즐기면서 서로를 바다에 빠뜨리고...
모두가 아이처럼 행복하고 즐겁다.
(이런 축제일에는 한 번쯤 가보고 싶군요~~)
파푸아의 무슬림 마을인 우리 마을은 대부분 해변가에 모여 산다.
마을 어른들에 따르면 우리 마을은 이슬람이 파푸아에 들어올 때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2 메르파티 해변의 바투 루방 (Batu Lubang (Pantai Merpati))
바투 루방(Batu Lubang)에 가려면 보통 팍팍 시(kota Fakfak)를 거친다.
팍팍 시에서 배로 약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루쿠(Maluku)에서 오고, 술라웨시(Sulawasi)에서 오는 방법도 있다.
간혹 자바에서 이곳까지 오는 사람들도 있다.
바투 루방(Batu Lubang)은 이곳에 온다면 빼놓지 않고 가봐야 할 곳이다.
파푸아의 다른 곳에 비해서도 훨씬 더 매력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이 동굴은 과거에는 바다 아래 감춰져 있었다는데 지금은 이렇게 배를 타고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곳에는 아름다운 해변도 자리하고 있다.
자연 풍경도 아름답지만, 해산물이 넘쳐날 정도로 풍부하다.
해산물로 요리를 할 때는 해변 근처에서 주운 나뭇가지들과 조개껍질 등을 모아 불을 피운다.
만드는 법도 간단한데, 하얗게 될 때까지 불을 피우기만 하면 된다.
불을 피우는 사이 나뭇잎을 준비하는데, 잘 다듬어서 불에 그을린다.
감칠맛의 향이 나는 게 도시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향이다.
소박한 먹거리, 하지만 자연에서 얻는 먹거리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3 마을 수입원 육두구 (netmeg)
높이가 약 20m까지 자라는 육두구.
인도네시아 말루쿠가 원산지인 육두구 나무는 이곳에도 많다.
마을 청년들이 육두구를 채집하러 산 속으로 떠난다.
(영상을 보니 다 맨발로 다니네요~~)
한명이 나무 위에 올라가 육두구를 따고, 나무 아래에서는 떨어진 육두구를 모은다.
육두구는 바깥족의 과육은 필요 없고, 씨와 씨를 감싸고 있는 붉은 부분만 있으면 된다.
산 속에서 수확할 때 씨까지 모두 발라낸 후 마을로 가져간다.
상당히 비싼 값에 팔리기 때문에 마을의 중요한 소득원이기도 하다.
팍팍시에서는 씨앗이 가장 저렴한데, 킬로그램당 5만 루피아다.
열매를 싸고 있는 저 붉은 색 부분은 킬로그램당 10만 루피아 정도다.
육두구는 사용처가 많아, 향신료로도 쓰이고, 약으로도 쓰인다.
열매는 연기를 피워 말리는데, 이렇게 하면 열매 안의 유분과 냄새가 밖으로 빠져나간다.
가공을 마치면 배를 타고 팍팍 시로 가져가 판매한다.
타락 마을에서 팍팍 시까지는 배로 3시간, 먼 길이니 배 하나를 가득 채워서 육두구를 싣고 간다.
파푸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팍팍 시(kota Fakfak)는 타락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뭔가 물건을 사거나 팔 일이 있다면 반드시 팍팍 시로 나가야 한다.
팍팍 시 역시 해안가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돼 있고, 해산물이 풍부한데...
팍팍의 유명세는 이 때문이 아니고 바로 육두구 때문이다.
팍팍에서는 1주일에 7톤 가량의 육두구를 타 지역으로 보낸다.
이렇게 취합된 육두구는 자바 동부의 수라바야로 보내진다.
티모르에도 육두구가 많기는 하지만 팍팍 시의 육두구가 품질이 훨씬 좋다.
이번 스토리를 통해 육두구도 새롭게 찾아보면서 과거 향신료를 둘러싼 열강의 치열한 다툼도 찾아보게 됐다.
대항해 시대 유럽인들이 엄청나게 가져간 향신료로, 당시 인도네시아를 지배하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육두구의 가격이 높아지면 대량으로 재배하고,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육두구 나무들을 모조리 뽑아내는 등의 방식으로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작하기도 했다 한다. 이러한 작업에 동원된 사람들은 모두 원주민이었으니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을까?
1610년에는 동인도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때 돈이 아닌 육두구 향신료를 지급하기도 했단다.
물론 지금은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향신료다.
맛은 계피와 비슷하다는데 계피보다 좀더 부드럽고 둥글둥글한 맛이란다.
인도네시아 내 타락 마을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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